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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몽골 국빈방문은 로봇·AI 시대의 모터(희토류 영구자석)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장기 포석이다

핵심 결론

2026년 7월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국빈방문은 표면적으로 ‘북방외교·자원외교’로 읽히지만,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축은 희토류 → 영구자석 → 모터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선점이다.

희토류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희토류로 만드는 네오디뮴(NdFeB)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터빈의 심장이고, 나아가 다가올 휴머노이드 로봇·AI 시대의 필수 부품이다. 로봇은 관절마다 정밀 모터가 들어가므로, 자율주행차보다 훨씬 많은 고성능 자석을 먹는다. 즉 “모터의 심장인 자석 원료”를 누가 쥐느냐가 향후 로봇·AI 산업의 목줄을 쥐는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 밸류체인, 특히 가장 어렵고 더러운 ‘분리정제’ 단계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고, 2025년부터 이를 수출통제로 무기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자석 제조(끝단)는 세계 3위지만 정작 그 앞의 채굴·정제(앞단)가 뻥 뚫려 있다.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대체 공급원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 몽골행의 실체다.

그리고 이 판에는 이미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다. 중국이 2025년 10월에 발표한 확대 통제는 부산 미중 정상회담 직후 2026년 11월 10일까지 딱 1년만 ‘유예’된 상태이고, 그 앞의 2025년 4월 통제(중희토 7종과 이를 함유한 자석 전체)는 유예 없이 그대로 살아 있다. 지금은 통제가 풀린 국면이 아니라, 시한부 휴전 안에서 대체 라인을 얼마나 깔아두느냐를 겨루는 국면이다.

다만 몽골은 매장량은 세계 2위급으로 홍보되나 물·전력·정제·내륙 물류라는 다중 병목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10년짜리 장기 베팅’이다. 지금 실제로 굴러가는 탈중국 라인은 몽골이 아니라 ‘호주(채굴) → 말레이시아(정제) → 베트남(금속화) → 한국(자석)’이며, 몽골은 그 라인의 리스크를 분산할 예비 광구로 미리 심어두는 단계다.

몽골의 희토류 광석이 네오디뮴 영구자석과 정밀 모터를 거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1. 희토류는 왜 ‘모터’이고, 왜 로봇·AI와 연결되나 (관통 축)

희토류가 전략물자인 진짜 이유는 그 자체의 희소성이 아니라 영구자석에 있다.

1980년대 개발된 네오디뮴(NdFeB) 영구자석은 페라이트 자석의 약 5~12배에 달하는 강한 자력을 낸다. 이 강한 자력 덕분에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모터를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발전 터빈의 핵심 부품이 됐다. 네오디뮴 자석 수요는 2020년 연간 약 11.9만 톤에서 2050년 75.3만 톤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통찰이 이번 대화의 결론이다. 모터가 많이 필요한 다음 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을 닮은 로봇은 어깨·팔꿈치·손목·손가락·무릎·발목 등 관절마다 정밀 액추에이터(모터)가 들어간다. 전기차 한 대가 구동모터 1~2개를 쓴다면,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는 수십 개의 고성능 소형 모터를 쓴다. 그리고 그 모터의 성능·소형화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희토류 영구자석이다.

1-1. 이 ‘식성’은 숫자로 확인된다

항목전기차 1대휴머노이드 로봇 1대
모터·액추에이터 수구동모터 1~2개평균 40개 안팎(주요 관절 25~30개 + 손·직선축)
네오디뮴 영구자석2~3kg, 모터 설계 개선으로 감소 추세최대 3.5kg(테슬라 옵티머스 기준), 희토류 원소 환산 4~5kg
희토류 자석 의존도영구자석형 구동모터에 한정탑재 모터의 95% 이상(FT 인용 보도)
수요의 물리적 상한인구·차량 보유대수에 묶임공장·물류·서비스·가정으로 확장, 상한 불명
성림 현풍공장 연 1,000톤 환산약 50만 대분약 28만 대분

이 표에서 읽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로봇 한 대가 전기차 한 대보다 자석을 더 먹는다. 전기차를 대체하는 수요가 아니라 그 위에 얹히는 순증 수요다. 둘째, 전기차 수요는 인구와 차량 보유대수라는 천장이 있지만 로봇은 공장·물류·서비스·가정으로 번지므로 대수의 천장이 없다. 2025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약 1.8만 대로 전년 대비 508% 늘었는데, 연 38.5만 톤(약 190억 달러) 규모인 세계 희토류 자석 시장에서는 아직 반올림 오차다. 문제는 이 곡선이 선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1-2. 수요 규모는 현재 생산능력의 자릿수를 넘는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가 10억 대 이상 배치되고 연 매출이 5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본다. 이 숫자를 자석으로 환산하면 10억 대 × 3.5kg = 약 350만 톤이다. 2024년 전 세계 NdFeB 자석 생산량이 30만 톤 안팎이니, 로봇에만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10년치 이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먼 미래의 산수만도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2030년 연 6만 톤, 2040년 24.6만 톤의 자석 공급 부족을 전망한다. 2040년의 부족분은 지금 전 세계가 1년간 만드는 물량과 맞먹는다.

1-3. “희토류 없는 모터로 가면 되지 않나”가 답이 되지 못하는 이유

전기차 쪽에서는 실제로 탈희토류 시도가 있다. 페라이트 자석 모터, 계자권선형(EESM) 모터, 축방향 자속 모터 같은 경로다. 그런데 이 경로는 로봇으로 그대로 이식되지 않는다.

페라이트는 자력이 약해서 같은 출력을 내려면 자석과 모터가 더 크고 무거워져야 하고, 모터 부피가 30% 안팎 커진다. 차량은 바닥에 공간이 있어 이 페널티를 흡수할 수 있지만, 휴머노이드는 손목·팔꿈치·발목처럼 부피와 무게가 곧 성능인 자리에 모터를 40개 박아야 한다. 게다가 로봇 액추에이터는 사람처럼 움직이려면 액추에이터 무게 1kg당 150~200W급 출력 밀도가 요구되는데, 이 영역은 페라이트급 자성재료가 감당하는 구간이 아니다.

정리하면, 전기차는 희토류를 줄일 여지가 있어도 휴머노이드는 줄일 여지가 거의 없다. 로봇 시대가 온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자석 수요는 대체 불가능한 상수가 된다.

1-4. 그 수요가 이미 한국 안에서 생기고 있다

이 논의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로봇 수요의 당사자가 한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5월 JP모건 콘퍼런스 IR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의 양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 2028년 미국 메타플랜트(HMGMA)에서 양산 시작,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 확대
  • 2028년까지 연 3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그중 2만 5천 대 이상을 현대차·기아 공장에 직접 투입
  •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액추에이터를 내재화해, 현대모비스가 2028년부터 미국에서 연 35만 개 생산
  • 대당 원가는 초기 14만 달러에서 5만 대 양산 시 3만 달러로 낮추는 것이 목표

연 3만 대면 자석 수요는 약 105톤, 성림 현풍공장 생산능력의 10% 수준이라 아직 감당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 거론되는 2035년 연 60만 대 시나리오라면 연 2,100톤, 지금 국내 생산능력의 두 배가 넘는다. 즉 한국은 로봇을 만들기로 이미 결정했고, 그 로봇의 심장에 들어갈 자석의 원료를 확보하는 문제만 미결로 남아 있다.

공장 바닥에 선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메타플랜트에서 양산을 시작해 그룹 공장에 2만 5천 대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진: Boston Dynamics)

로봇을 몇 대 만들면 자석이 모자라나 - 연간 생산 대수별 자석 수요와 생산능력 비교

로봇을 몇 대 만들면 자석이 모자라나 - 위 도해는 연간 휴머노이드 생산 대수에 따른 자석 수요를 성림 현풍공장(연 1,000톤)·비중국 자석 생산능력(2028년까지 발표분 약 3만 톤)·세계 생산(약 25만 톤)과 비교한다. 현대차 2035년 시나리오인 연 60만 대에서는 성림 한 곳의 생산능력보다 2.1배 많은 자석이 필요하다.

1-5. 로봇 시대의 수요는 ‘경희토’로 쏠린다

수요의 크기만이 아니라 수요의 구성도 달라진다는 점이 이 논의에서 자주 빠진다.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터빈은 150℃를 넘나드는 고온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열에도 자력이 풀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중희토(디스프로슘·테르븀)를 반드시 섞어야 한다. 반면 휴머노이드 관절 모터는 작고, 간헐 부하로 돌고, 능동 냉각이 되며, 작동 온도가 상온에 가깝다. 즉 로봇 시대의 수요 폭발은 중희토보다 경희토(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에 집중된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휴머노이드가 수십억 대로 보급되는 시나리오에서 NdFeB 생산능력이 지금의 186배 필요하다고 본다(같은 시나리오에서 구리·니켈·리튬은 3~14배다). 그 186배의 대부분이 NdPr을 향한다는 뜻이고, 뒤에서 볼 몽골 광상 대부분이 경희토 위주라는 사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중희토 기준으로 보면 몽골은 반쪽짜리지만, 로봇 기준으로 보면 결이 맞는 광구다.

즉 로봇·AI가 물리 세계로 확장될수록(피지컬 AI), 희토류 영구자석 수요는 전기차 시대와는 차원이 다르게 커진다. 그래서 “지금 당장 캐낼 자원”이 아니라 “미래 로봇 시대의 모터 심장”을 선점하는 관점에서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이며, 이 프레임으로 보면 이재명의 몽골행부터 LS에코에너지·성림첨단산업의 사업, 중국의 수출통제까지 하나의 그림으로 꿰인다.

2. 희토류 밸류체인 - 어디가 병목이고, 어디부터 항공운송이 되나

희토류는 캐낸다고 바로 쓰는 게 아니라 다섯 단계를 거친다. 무게 대비 가치로 늘어놓으면 어디가 문제인지 선명해진다.

① 채굴(원광석, 순도 수% 이하) → ② 선광(정광, 30~60%) → ③ 분리정제(산화물, ~99%) → ④ 금속화·합금 → ⑤ 영구자석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환경오염은 ‘채굴’이 아니라 ‘분리정제’에서 터진다. 흔히 “선진국이 오염 때문에 희토류를 안 한다”고 하지만, 오염의 주범은 캐는 게 아니라 캔 것을 원소별로 갈라내는 분리정제 공정이다. 희토류는 토륨·우라늄 같은 방사성 원소와 한 몸으로 붙어 있어 분리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수·폐기물이 다량 나오고, 15개 원소가 화학적으로 거의 쌍둥이라 떼어내려면 용매추출을 수백 단계 반복하면서 엄청난 산·화학 폐수를 쏟는다.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에서 납·카드뮴·방사성 토륨이 지하수로 스며든 것이 상징적 사례다.

이 ‘더러움’은 수사가 아니라 계량된 수치다. 국회 입법조사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인용해온 추정치를 보면 희토류 1톤을 얻는 데 산성 폐수 약 200톤,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폐수 약 1.4톤이 나오고, 중국 전체로는 연간 독성 폐수 20만 톤, 방사능 폐기물 300만 톤 규모가 발생한다. 물을 대량으로 먹고 폐수를 대량으로 뱉는 공정이라는 점은 뒤에 나올 몽골의 물 문제와 곧바로 연결된다.

중국 바오터우 희토류 정제단지 옆에 펼쳐진 광재 저수지(tailings pond). 오염은 캐는 단계가 아니라 원소를 갈라내는 분리정제 단계에서 터진다 (사진: Sky News)

둘째, 그래서 이건 “오염이라 안 하는” 게 아니라 “오염 + 기술난이도”가 겹친 문제다. 분리정제는 난이도가 높아 중국·일본 등 소수만 상업 생산한다. 더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남들이 못/안 하는 것이다.

이 난이도는 단계별 중국 점유율에 그대로 찍혀 있다. 아래로 갈수록 중국 지배력이 올라간다는 것이 이 산업의 본질이다. 여기에 무게 대비 가치와 운송 방식까지 한 줄에 놓으면 이 산업의 지도가 한 장으로 정리된다.

단계산출물·순도무게 대비 가치항공운송중국 점유율한국의 위치
① 채굴원광석, TREO 수% 이하톤당 수십 달러급불가(90% 이상이 버릴 돌)약 60%(자석용 원소) / 약 70%(전체 희토류)없음
② 선광정광, 30~60%톤당 수백~수천 달러비경제-없음
③ 분리정제산화물, 약 99%NdPr 산화물 kg당 100달러 안팎(2026)가능약 91%없음
④ 금속화·합금금속·합금산화물 대비 20~23% 프리미엄가능90% 이상LS에코에너지(파일럿)
⑤ 영구자석소결 NdFeBkg당 수십~수백 달러가능약 94%성림첨단산업 연 1,000톤

이 표가 말하는 결론은 하나다. 광산만 다변화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호주에서 캐도 중국에서 정제하면 중국 허가가 필요하고, 산화물을 사와도 금속화를 중국이 하면 다시 중국을 거친다. 병목은 땅이 아니라 공정에 있다. 실제로 IEA는 2030년에도 중국이 채굴 51%, 정제 76%를 쥘 것으로 본다. 광산 지분을 아무리 사도 중간 공정이 비어 있으면 그 광석은 결국 중국으로 실려 간다.

셋째, 항공운송은 ‘분리정제를 마친 산화물’부터 열린다. 광석·정광은 90% 이상이 버릴 돌덩이라 비행기로 나르는 건 쓰레기를 항공화물로 부치는 셈이다. 반면 산화물은 거의 순수 알맹이에 kg당 수십~수백 달러라 항공운임이 값의 일부에 불과하다. 금속·자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제련을 항공수송 후 국내에서” 하는 게 아니라, 분리정제(더러운 단계)는 산지/정제국에서 끝내고, 그 결과물인 산화물·금속을 항공으로 들여와 국내에서 금속화·자석을 하는 것이 현실 모델이다.

2026년 가격을 대입하면 이 손익분기는 더 벌어진다. NdPr 산화물은 2026년 들어 kg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유럽 시장의 디스프로슘은 kg당 2,250달러까지 올랐다. 국제 항공운임이 kg당 수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항공운임은 산화물 가치의 수 % 이하, 중희토는 0.2% 수준이다. 반대로 순도 30~60%짜리 정광은 같은 운임을 물건값의 수십 %로 물어야 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즉 “어디까지를 산지에서 끝내고 오느냐”가 물류 방식과 채산성을 동시에 결정한다.

정광은 비행기에 못 싣고 산화물은 싣는다 - 단계별 항공운임 비중과 중국 점유율

정광은 비행기에 못 싣고, 산화물은 싣는다 - 위 도해는 ②정광(123%)과 ③산화물(4.3%) 사이에서 항공운임 비중이 급락하는 지점과, 중국 점유율이 채굴 60%에서 자석 94%로 올라가는 구조를 함께 보여준다.

실제 사례가 호주 라이너스(Lynas)다. 호주 마운트웰드에서 캔 광석을 4,0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로 실어와 정제하는데, 정작 방사능 논란은 광산(호주)이 아니라 정제공장이 있는 말레이시아가 뒤집어썼다. “더러운 단계를 어디서 하느냐”가 곧 정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 라인은 2025년에 결정적 관문을 통과했다. 라이너스는 2025년 5월 디스프로슘, 6월 테르븀을 말레이시아에서 상업 생산하며 중국 밖 최초의 중희토 생산자가 됐다. 하필 중국이 2025년 4월 통제 목록에 올린 바로 그 원소들이다. 뒤에 나올 LS에코에너지-라이너스 협력이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라인이 ‘계획’이 아니라 이미 물건이 나오는 라인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게벵의 라이너스 정제공장(LAMP). 호주에서 캔 광석을 4,000km 실어와 여기서 분리정제를 끝내고, 2025년 중국 밖 최초로 디스프로슘·테르븀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사진: MINING.COM)

3. 한국의 희토류·자석 역량 - 끝단은 세계 3위, 앞단은 텅 비었다

채굴·정제 앞단은 비어 있고 영구자석 끝단 공장만 가동되는 한국 공급망 불균형

“한국은 희토류를 캘 수 있는 회사가 있나”라는 질문의 답은 단계별로 갈린다. 앞장의 밸류체인 5단계에 한국을 대입하면 이렇게 된다.

단계한국 역량주체상태
① 채굴없음-국내에 경제성 있는 광산이 없고 채굴 기업도 없음. 원료는 몽골·베트남·호주에서 확보할 수밖에 없음
② 선광없음--
③ 분리정제없음(호주 라이너스 등 해외 파트너에 의존)가장 어려운 병목. 국내 상업 설비 부재
④ 금속화·합금구축 중(양산 전)LS에코에너지(베트남 LSCV)285억원 투자, 파일럿 설비 완료
⑤ 영구자석세계 3번째 자체 생산국성림첨단산업(대구 현풍)2023.10 준공, 연 1,000톤. 중희토 사용량을 줄이는 입계확산(GBD) 기술 보유. 현대차·기아 구동모터용 자석 사실상 독점 공급
조달·트레이딩다변화 추진포스코인터내셔널, 세토피아(베트남 VTRE 합작)미국 등으로 조달선 확대, 고순도 NdPr 산화물 직도입
재활용(도시광산)기술 개발 단계고려아연, 산업부 시범사업1차 생산 대비 환경 부하 80% 이상 절감 가능하나 광물 재활용률은 7% 수준

표를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한국의 문제가 한눈에 보인다. 채워진 칸은 맨 아래 하나뿐이고, 그 위가 통째로 비어 있다. 게다가 그 하나 채워진 칸조차 원료인 희토류 금속·합금을 상당 부분 중국에서 사온다. 앞단이 채워져야 진짜 탈중국이 완성된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3-1. 순위는 세계 3위, 물량은 중국의 1% 미만

‘세계 3번째’라는 표현도 실제 크기를 확인하고 써야 한다.

국가·기업연간 NdFeB 생산(능력)비고
중국고성능 NdFeB 약 13.2만 톤(2025 전망), 희토자석 합산 약 24만 톤(2023)소결 영구자석 세계 점유율 약 94%
일본세계 2위(2018년 기준 중국의 약 1/10)신에쓰화학·TDK·프로테리얼
한국(성림첨단산업)1,000톤국내 유일, 전기차 약 50만 대분
미국(MP 머티리얼즈)1,000톤 → 2028년 1만 톤 목표2025.12 20여 년 만의 첫 상업 출하
인도6,000톤 규모 국제입찰 진행구축 예정

성림의 연 1,000톤은 중국 생산량의 1% 미만이다. 즉 한국이 쥔 것은 자석을 만들 수 있다는 ‘자격’이지 자석을 대줄 수 있다는 ‘능력’이 아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앞단 확보를 더 급하게 만든다. 원료가 안정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끝단을 증설할 이유 자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이 회전자에 박혀 구동모터가 되는 과정. 한국이 세계 3번째로 해내는 구간이 바로 이 끝단이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성림첨단산업)

3-2. ‘앞단이 뚫렸다’는 말의 실제 크기

이 구멍이 얼마나 큰지는 통계에 그대로 드러난다.

품목대중국 의존도기준
영구자석(완제품)99.3%2023·2024년 모두, 사실상 전량
네오디뮴 영구자석 수입82~88%2016~2022년 내내(한국무역협회). 2022년 수입액 6.4억 달러로 사상 최대
희토류 원재료89.4%2025년 1~9월 관세청. 고부가가치 희토류는 95% 이상
희토류 금속약 80%금액 기준(PwC 삼일회계법인)
희토류 화합물약 61%금액 기준(PwC 삼일회계법인)

즉 한국은 “세계 3번째로 자석을 만드는 나라”인 동시에 “자석의 99%를 중국에서 사오는 나라”다. 끝단 기술을 가졌다는 사실과 공급망을 가졌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게 이 숫자의 의미다.

이 모든 움직임을 가속한 방아쇠는 중국이다. 중국은 2025년 4월 희토류 7종 수출을 통제하고, 같은 해 10월 사마륨·디스프로슘·테르븀 등 중희토 12개 원소로 통제를 확대했다. 자석 원료가 막히면 전기차·풍력·방산·로봇이 통째로 멈추기 때문에 각국이 대체 공급망 확보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2025년 말부터 대응 수위를 올렸다. 희토류 17종 전체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비축 대상을 7종에서 17종으로 넓히면서 비축량을 6개월분에서 1년분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항온·항습 특수창고를 새로 짓고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산업부 예산 510억 원에 공급망안정화기금(연 10조 원) 등을 합쳐 1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은 675억 원으로 늘렸고, 10대 핵심광물 재자원화율 20% 목표도 세웠다. 몽골행은 이 국내 대책의 해외 축에 해당한다.

4. 중국이 쥔 것은 광산이 아니라 허가서다 - 통제의 작동 방식과 타이머

이 사안에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중국의 무기는 “안 판다”가 아니라 “파는 속도를 정한다”이다.

4-1. 통제의 3단계 타임라인

시점근거·조치대상성격
2025.4.4 발표
4.15 시행
상무부 공고 제18호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7종과 이를 함유한 모든 하류 자석건별 수출허가제. 중국 내 생산품 중심, 역외 미적용
2025.10.9상무부·해관총서 공고 제5558호, 제6162호홀뮴·어븀·툴륨·유로퓸·이터븀 5종 추가(총 12종) / 원심추출기·소성로·진공소결로 등 장비 / 모나자이트·바스트네사이트·추출제(P507·P204) 등 원부자재중국산이 0.1%만 섞여도 규제가 따라붙는 역외 적용(de minimis) 최초 도입, 최종사용자 심사 강화
2025.10.30 부산 미중 정상회담 → 11월미중 합의10월 확대분 시행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10%p 낮추는 대신 2026년 11월 10일까지 1년 유예. EU 기업 대상 ‘일반허가’ 발급 시작

여기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사실이 있다. 유예된 것은 10월 확대분뿐이고, 4월의 7종 통제와 자석 허가제는 그대로 살아 있다. 수출업체는 여전히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승인 기간은 3개월을 넘기기 일쑤다. 지금은 통제가 해제된 상태가 아니라 1년짜리 유예 시계가 돌아가는 상태다.

2025년 10월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 여기서 합의된 희토류 통제 유예의 시한이 2026년 11월 10일이다 (사진: BBC)

4-2. 행정만으로 공장을 멈출 수 있다는 증명

2025년의 실측치는 이 무기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 4월 1차 규제 이후 수입 희토류 통관 기간이 1주일에서 2개월 이상으로 늘어남.
  • WSJ이 중국 세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5월 중국의 대한국 영구자석 수출은 180만 달러로 전년 동월 2,250만 달러 대비 92% 급감. 중국 전체 자석 수출도 1,200톤으로 74% 줄어 201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 현대차는 모터 협력사에서 샘플을 받아 시험해야 하는 단계에서 영구자석 수급이 막혀 중국 현지에 인력을 보내 조율해야 했다.
  • 유럽에서는 부품업체가 신청한 수출허가의 4분의 1만 승인됐고, 일본에서는 희토류 관련 기업의 88%가 피해를 호소했다.

관세도 금수도 아니었다. 서류 처리 속도를 조절한 것만으로 한 나라의 자석 공급이 두 달 만에 10분의 1로 줄었다. 중국이 쥔 진짜 레버는 광산이 아니라 허가서라는 뜻이고, 이는 곧 “광산 지분만 사두면 된다”는 접근이 왜 부족한지를 설명한다.

4-3. 그 결과 서방 프리미엄 시장이 생겼다

통제가 만든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가격이 아니라 가격의 이원화다.

품목통제 전2026년변화
NdPr 산화물(국제 평균)2025년 1분기 kg당 53달러1분기 98달러, 2월 111.5달러, 7월에도 100달러대 유지+85%
네오디뮴 산화물(동북아)-7월 145달러대아시아 현물 급등
네오디뮴 산화물(중국 내수 vs FOB)격차 미미내수 113달러 vs FOB 184달러63% 스프레드 = 공급망 안보 프리미엄이 가격에 찍힘
디스프로슘(유럽)-kg당 2,250달러통제 전 대비 약 700%, 중국 내 가격의 8배
테르븀--중국 내외 5배 이상 격차

같은 원소인데 국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값이 8배 갈린다는 것은, 이제 가격이 수급이 아니라 접근권을 표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원소가 중국 안에서는 싸고 밖에서는 8배인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건, 중국 밖에서 정제·금속화·자석을 하는 사업의 채산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비중국 정제가 안 됐던 이유는 기술 난이도와 환경 규제만이 아니라, 중국이 언제든 가격을 후려쳐 신규 진입자를 고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억지력이 지금 깨졌다.

4-4. 미국은 이 지점에 국가가 가격 하한을 깔았다

미국 국방부와 MP 머티리얼즈의 2025년 7월 계약은 이 산업의 게임 규칙을 바꾼 사례다.

  • 국방부가 4억 달러 우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급으로 진입
  • NdPr에 kg당 110달러의 가격 하한을 10년간 보장(사실상 차액정산계약)
  • 12.5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에 연 1만 톤 규모 ‘10X’ 자석 공장을 짓고 2028년 가동
  • 생산되는 자석은 10년간 100% 인수 보장

핵심은 보조금이 아니라 “중국이 가격을 후려쳐도 망하지 않는다”는 보험을 국가가 팔았다는 점이다. 희토류 사업이 지난 30년간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정확히 그 가격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장치가 없다. 비축 확대와 R&D 펀드, 융자 확대는 있지만 가격 하한이나 장기 오프테이크 보장은 없다. 이것이 몽골행을 ‘있으면 좋은 외교’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외교’로 만드는 배경이다.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림의 자석 라인도 LS의 금속화 라인도 중국이 가격을 정하는 판 위에 놓인다.

5. LS에코에너지 검증 - 업력과 실제 역량

한국의 ‘앞단(정제·금속화)’을 메우겠다는 핵심 기업이 LS에코에너지다. 실체를 검증하면 “전선 회사로서의 업력은 확실, 희토류 회사로서의 역량은 이제 막 검증대에 올랐다”로 요약된다.

  • 회사 업력(확실): 전신은 2015년 5월 설립된 ‘LS전선아시아’로, 2023년 11월 ‘LS에코에너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LS전선의 베트남 자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229640)로, 베트남에서 220kV급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 기업(점유율 약 80%)이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 2,964억원(+29.8%), 영업이익 201억원(+31%)으로 흑자 본업이 탄탄하다. 허깨비 테마주가 아니다.
  • 희토류 역량(진행 중): 희토류는 2023년 시작한 신사업으로 업력 2~3년, 상업 생산 실적은 아직 0이다. 베트남 LSCV 부지에 285억원을 투자해 금속화 공장을 짓고 파일럿 설비를 구축했으며, 방산용 금속(사마륨 등)을 먼저 양산하고 로봇·전기차용은 2027년 확대할 계획이다.
  • 2026년 3월의 진전: 2026년 3월 30일 LS전선 싱가포르지사에서 라이너스와 원료 공급·양산 협약을 맺고, 중국 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방산용 희토류 금속 양산 체제 구축에 착수했다. 회사가 밝힌 계획 생산량은 연 2,500톤으로, 영구자석으로 환산하면 1만 톤 이상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성림의 현재 자석 생산능력(연 1,000톤)을 훨씬 웃도는 앞단 물량을 깔겠다는 뜻이다.
  • 진짜인 부분: 투자금 285억원 실제 집행, 베트남 파일럿 착공, 세계 2위이자 비중국 최대인 호주 라이너스와의 원료 조달 협력, 그리고 그 라이너스가 2025년 이미 중국 밖 최초로 중희토를 상업 생산했다는 사실.
  • 미검증 부분: 정작 자기가 맡는 ‘금속화’는 첫 도전(밸류체인에서 채굴·정제는 라이너스 몫). 이 금속화는 난이도가 높아 중국을 빼면 일본·미국 등 소수만 상업 생산한다. 원료 계약도 포괄협력(Framework) 성격이 남아 있고, 생산 거점 베트남의 지질광물법 개정(정부 지정 기관만 희토류 취급)이 규제 변수다.

결론: 돈과 파트너를 붙여 파일럿까지 지은 ‘실행 초기 단계’의 회사이되, 2026년 3월 협약으로 시계가 한 칸 앞으로 갔다. 2026년 안에 방산용 금속 초도 양산이 실제로 나오는지가 첫 실력 검증 관문이다.

6. 몽골 희토류의 실체 - 매장량과 현실의 10배 격차

고비 사막 지표와 지하 희토류 광맥의 대비 - 매장 가능성과 생산 공백

몽골이 ‘자원 부국’으로 소개될 때 늘 따라붙는 숫자가 있지만, 실체는 신중히 봐야 한다. 같은 나라의 같은 자원을 세 가지 잣대로 재면 값이 이렇게 갈린다.

잣대수치성격
홍보상 매장량3,100만 톤 (중국 4,400만 톤에 이은 세계 2위)2009년 USGS 추정. 정밀 시추로 검증된 매장량이 아니라 지질학적 기대치에 가까움. USGS 공식 광물통계에는 몽골 희토류가 숫자 없이 ‘NA’로 남는 경우가 많다
엄밀한 자원량7개 주요 광상에 광석 약 10억 톤, REO 환산 약 360만 톤홍보치와 약 10배 차이
실제 생산2023년 희토류 수출액 960달러(약 130만 원)상업 생산 사실상 0

즉 “몽골에 희토류가 얼마나 있냐”의 정직한 답은 “많을 수도 있는데, 얼마나 캘 수 있는지는 아직 제대로 안 파봐서 모른다”이다. 이유는 희토류 특유의 문제(제련·분리정제 기술을 중국이 독점)와 몽골이 내륙국이라는 지리적 제약 때문이다.

6-1. 그래도 몽골은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생산 0’이라고 해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광상별로 보면 이제 막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광상위치지질 유형희토류 결진행 상황
할잔부렉테이(Khalzan Buregtei)서북부 홉드주알칼리 화강암디스프로슘 등 중희토 포함몽골 정부 등록 광상 중 매장량 절반가량을 차지. 몽골국영희토류공사(MNREC) 운영, 영국 Wood plc가 확정타당성조사(DFS) 수행 중
무스가이 후닥(Mushgai Khudag)남고비카보나타이트경희토(NdPr) 위주2026년 말까지 환경·타당성 검토 완료 목표. 광석 내 희토류가 방해석·석영과 엉겨 있어 단체분리(liberation)가 나쁜 것이 기술 과제
루긴 골(Lugiin Gol)동고비, 중국 국경 인근카보나타이트경희토 위주1970년대 탐사 시작, 2005년 이후 상업성 확인. 위와 같은 일정
호트고르(Khotgor)남고비카보나타이트경희토 위주2023년 자원량 산정을 마친 유일한 광상

여기서 앞의 1-5절이 되살아난다. 몽골 광상은 카보나타이트가 다수라 경희토(NdPr) 쪽으로 기운다. 중국이 독점한 중희토(Dy·Tb) 문제를 통째로 풀어주지는 못하지만, 로봇 관절 모터가 필요로 하는 것이 정확히 그 경희토다. 그래서 무스가이 후닥·루긴 골을 포함한 3개 프로젝트 컨소시엄이 내건 목표도 “2030년까지 세계 NdPr 수요의 약 6% 공급“이다. 전기차 기준으로 보면 반쪽짜리 광구지만, 로봇 기준으로 보면 결이 맞는 광구라는 뜻이다.

제도도 따라 움직였다. 2025년 2월 국영기업 몽골로스츠베트메트를 ‘에르데네스 크리티컬 미네랄즈(Erdenes Critical Minerals)’로 개편해 희토류 탐사·채굴·활용 권한을 부여했다.

다만 이 일정표가 지켜지더라도 첫 생산은 2020년대 말이고, 그마저 뒤에 나올 물·전력·물류 병목이 풀린다는 전제 위에 있다. 몽골 카드의 성격이 ‘지금 쓰는 카드’가 아니라 ‘미리 심어두는 카드’라는 판단은 이 일정표로도 바뀌지 않는다.

6-2. 자원 민족주의라는 두 번째 변수

몽골 리스크는 지질만이 아니다. 몽골 헌법 6조 2항은 지하자원 수익의 대부분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법으로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고, 정부는 2006년 광업법을 40% 이상 손보는 대규모 개정을 추진하면서 전략광산 수익의 최소 60%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조항을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광산별 국가 지분 참여 대신 특별 사용료를 걷어 국부펀드에 적립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된다.

리오틴토의 오유톨고이 구리광산이 지분·세금 문제로 몽골 정부와 10년 넘게 분쟁을 겪은 전례가 있고, 투자법 개정안은 반발 속에 2024년 국회 폐회로 보류됐다. 몽골 부총리가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투자하면 채굴권을 보장하고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공언한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보장이 아직 제도가 아니라 약속의 형태라는 뜻이다.

7. 몽골의 물·전력 문제 - 강은 상류인데 손발이 묶여 있다

몽골 현지 정제가 어려운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물이다. 앞서 봤듯 희토류 1톤을 정제하려면 산성 폐수 200톤을 감당할 만큼의 물과 처리 능력이 필요한데 몽골은 물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 물 문제엔 흥미로운 지정학적 반전이 있다.

물과 수요의 지리적 어긋남부터 문제다. 담수 대부분이 북부 산악지대에 몰려 있고(훕스굴호가 몽골 담수의 약 70%), 정작 광산은 남부 고비사막에 있다. 고비 중심부는 연 강수량 25~50mm에 지하수마저 대부분 못 마시는 염수다.

더 결정적인 것은 물의 하류를 누가 갖고 있느냐다. 몽골의 3대 수계를 하류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수계주요 하천최종 유입처하류 이해당사자실제로 벌어진 일
북극해 수계셀렝게강(최대 하천, 오르콘·툴 포함)러시아 바이칼호 (바이칼 유입수의 약 80%가 셀렝게)러시아슈렌 댐·에긴골 댐 추진에 푸틴이 바이칼 수량 감소를 이유로 직접 반대, 러시아 압박으로 세계은행이 2017년 입찰 동결
태평양 수계케룰렌강중국 후룬호중국케룰렌 물을 고비로 돌리려 하면 중국이 이해당사자로 등장
내륙(폐쇄) 수계서부 하천들폐쇄 호수, 어디로도 나가지 않음없음국경 분쟁은 없으나 고비 광산과 무관한 위치

여기에 통제 구조의 반전이 있다. 몽골은 거의 모든 국경 하천의 ‘상류’다. 그래서 러·중이 몽골 물을 잠그는 게 아니라, 반대로 몽골이 댐을 짓거나 물을 남쪽으로 돌리려 하면 하류의 러·중이 반발한다. 상류를 쥐고도 손발이 묶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중국은 몽골 석탄을 노리고 이 댐에 10억 달러 융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한국이 댐을 지어줄 가능성은 낮다. 능력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 문제로, 대형 국경하천 댐은 러·중 거부권에 걸린다. 대신 한국은 이미 물의 다른 쪽에서 파트너다 - K-water가 2015년 몽골과 지하수 통합관리 기술협력 MOU를 맺었고, 2006/2007년부터 한-몽 그린벨트 사막화방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즉 현실적 한국 역할은 대형 수력댐이 아니라 지하수 관리·상수도·사막화 대응이다.

7-1. 물보다 덜 알려진 두 번째 병목 - 전기

분리정제와 금속화는 물만큼 전력을 먹는다. 그런데 몽골의 전력 사정은 물보다 더 아이러니하다.

  • 몽골은 전력의 20~25%를 수입하고, 대러시아 수입이 전년 대비 40% 넘게 늘어날 만큼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 그 수입 전력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들어오며, 특히 남부 광산지대와 국경지역이 중국 전력으로 돌아간다.
  • 전력 수요의 80% 이상이 울란바토르에 몰려 있어 지역·계절 불균형이 심하고, 급전 조정용 전원이 부족해 러시아 송전선에 기대고 있다.

정리하면 중국을 우회하려고 몽골에 가는데, 정작 몽골 남부 광산은 중국 전기로 돌아간다. 고비에서 정제를 하려면 물과 전기를 동시에 새로 깔아야 하고, 둘 다 하류·송전선 건너편에 러시아와 중국이 앉아 있다.

7-2. 세 번째 병목 - 광석을 실어낼 길이 중국을 통과한다

물과 전기를 해결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몽골은 내륙국이고, 바다로 나가려면 반드시 남의 나라 철도와 항만을 빌려야 한다.

병목내용왜 문제인가
궤간 불일치몽골종단철도는 몽골·러시아 구간이 1,520mm 광궤, 중국 구간이 1,435mm 표준궤자민우드(몽골)-얼롄하오터(중국) 국경에서 대차를 갈아 끼우거나 화물을 환적해야 한다. 병목이 노선이 아니라 국경 통과 지점에 몰려 있다
항만 의존한국행 화물은 사실상 톈진항 경유 몽골종단철도가 유일한 실용 경로대체 경로가 없다. 러시아 극동을 우회해도 거리와 비용이 급증한다
무역 편중몽골 수출의 80~93%가 중국행(2023년 91.8%), 광업이 GDP의 약 25%판로 자체가 한 나라에 묶여 있어 협상력이 낮다

여기서 이 계획의 가장 아픈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중국을 우회하려고 확보한 광석이, 중국 철도에 실려 중국 항만에서 배를 탄다. 앞서 2장에서 본 “분리정제까지 산지에서 끝내고 산화물·금속을 항공으로 들여온다”는 모델이 몽골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광석·정광 상태로는 중국 철도를 통과해야 하지만, 산화물·금속으로 바꾸면 울란바토르에서 비행기에 실을 수 있다. 즉 몽골 현지 정제는 환경 문제이자 물류 주권 문제다. 그리고 그 현지 정제를 막고 있는 것이 다시 물과 전기다.

결국 고비의 병목은 “한국이 댐 하나 지어주면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 물·전기·물류가 서로를 붙잡고 있는 지정학적으로 잠긴 구조이며, 이것이 몽골 희토류가 “매장량 2위인데 생산은 0”인 또 하나의 근본 원인이다.

8. 왜 몽골이었나 - 초청의 진실과 진짜 동기

  • 초청의 진실: 형식상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의 초청이 맞지만, 국빈방문은 거의 예외 없이 “상대국 정상의 초청 형식”으로 포장되는 게 외교 의전의 표준이다. 실제 성사 동력은 오히려 한국 쪽이 더 강했다. 이 대통령이 “몽골 순방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보도가 있고, 취임 1년여 만의 역대 가장 빠른 몽골 방문이자 한국 대통령으로는 15년 만의 국빈방문이며, 튀르키예 NATO 정상회의에 이어 붙인 묶음 순방이었다. “우리가 초청받으려 먼저 연락한 거냐”의 정직한 답은 “형식은 몽골의 초청, 실질은 한국이 더 원해서 양쪽이 맞춘 방문”이다.
  • 세 가지 진짜 동기: ① 핵심광물·공급망(탈중국) - 희토류 등 전 과정 협력. ② 대북 소통 채널 - 몽골은 남북한 모두와 수교한 몇 안 되는 나라이고, 2014년부터 ‘울란바토르 대화’로 한반도 중재 플랫폼을 자처해왔다(2018년 북미정상회담 후보지). ③ 북방외교 전통 - 한국 진보 정부의 오랜 외교 노선.

8-1. 몽골 쪽 동기 - ‘제3의 이웃’이 필요한 나라

거래는 한쪽만 원해서 성립하지 않는다. 몽골 입장에서 한국은 러시아·중국이 아닌 ‘제3의 이웃’ 목록의 유력 후보다.

  • 몽골 경제는 광업이 GDP의 25%,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수출의 80~93%가 중국행이다. 자원 부국이면서 판로는 한 나라에 묶여 있다.
  • 그래서 몽골은 서방과의 자원 계약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프랑스 오라노의 16억 달러 우라늄 투자(주브치 오보)가 대표적이고, 미국과는 전략적 제3의 이웃 파트너십과 핵심광물 MOU를, 일본과도 광물 협력을 맺었다. 한·미·몽 3자 핵심광물 대화도 2023년 울란바토르에서 시작됐다.
  • 몽골이 한국에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자본보다 기술이다. 몽골 총리·부총리가 반복해서 쓴 표현이 “광산 개발 참여를 넘어 부가가치를 더하는 협력”, 즉 탐사·제련·재활용·인력양성까지의 전주기다. 캐서 파는 것만으로는 중국 의존을 못 벗는다는 것을 몽골 스스로 알고 있다.

즉 몽골에게 한국은 ‘중국 아닌 구매자’이자 ‘광산을 공장으로 바꿔줄 기술 파트너’이고, 한국에게 몽골은 ‘중국 아닌 광구’다. 이 교환의 논리가 맞물렸기 때문에 방문이 빠르게 성사된 것이다.

9. 이번 정상회담의 제도적 장치 - 센터·위원회·CEPA

2026년 7월 9일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이번 방문에서 한국은 공급망 협력을 3층으로 제도화했다.

층위장치실체규모·시점한계
기술희소금속협력센터이름은 협력센터지만 실체는 한국이 몽골에 지어준 연구소. 울란바토르 몽골 지질연구센터(GCRA) 내,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주관2025.12.12 개소. 산업부 무상 ODA(2023~2027), 총 98억원. 분석·선광·제련 장비 56종, 희소금속 35종 연구연구소 규모이지 상업 정제 공장이 아님. ODA라 2027년 종료 예정, 후속사업 발굴이 과제
채널희소금속협력위원회2023.2 ‘한·몽 희소금속 공급망 협력 MOU’가 기틀. 차관급 협의체를 장관급으로 격상2026.7.10 합의, 하반기 첫 회의. MOU 개정으로 ‘현지 1차 가공·분리정제, 안정적 공급, 투자 협력’까지 확대, 대상 광물도 텅스텐·희토류·유연탄·구리로 확대첫 실물 성과가 텅스텐 정광 27톤 → 이달 50톤. 희토류가 아니고, 소량
제도한·몽 CEPA사실상 자유무역협정2026.7.9 원칙 타결. 자유화율 한국 96.3%(품목)·94.5%(수입액), 몽골 94.4%·90.9%. 몽골→한국 구리·몰리브덴·희토류 2~5% 관세 즉시 철폐, 캐시미어 즉시 철폐. 한국→몽골 화장품·의약품·화물차·자동차부품·건설광산장비 즉시 철폐, 라면·조미김 5년 내관세를 없애도 실어 나를 물건이 아직 없다. 단기 효과는 소비재 쪽. 교역액 7억 달러 → 2030년 10억 달러 목표
(부수)한-몽 과학기술공동위원회2012년 중단 후 14년 만에 재개-탐사·분석 같은 앞단 역량은 결국 연구 협력에서 나오므로, 센터-위원회-공동위가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의미가 생긴다

표의 오른쪽 끝 열을 세로로 읽으면 이번 성과의 성격이 드러난다. 연구소는 공장이 아니고, 첫 실물은 희토류가 아니며, 무관세는 물건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3층(기술·채널·제도)을 다 깔아도 물리적 병목(개발 기술·자금 부족, 철도·도로 미비, 전력, 중국 경유 물류)은 그대로 남는다. 정부 스스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은 장기전이고, CEPA의 단기 효과는 화장품·가공식품 등 소비재에서 먼저 난다”고 전망한다.

10. 정상회담 성과의 실체 - ‘22건’의 착시

한몽 정상회담은 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고 ‘한-몽 관계의 황금시대’ 공동선언을 채택했으며, 12개 분야 22건 정부간 문서(보도에 따라 21건, 협정 1건 + MOU 20건으로 세기도 한다)와 CEPA 원칙적 타결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과를 여섯 가지(정치외교 신뢰, 실질 경제협력, 문화·인적 교류, 역사 인연 계승, 국제무대 협력, 한반도 평화 지지)로 정리했다.

그러나 ‘22건 서명’이라는 화려한 숫자의 대부분은 구속력 약한 MOU와 몽골 국민 체감용 민생 협력(제2 국립암센터 EDCF, 운전면허 상호인정, 영사 협정 등)이다. 한국이 실제 손에 쥔 전략 카드는 소수 - 희소금속 협력, CEPA, 그리고 후렐수흐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책 지지다. 대통령이 밝힌 ‘여섯 성과’도 다섯은 “~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라는 미래 방향 합의이고, 완결된 성과는 공동선언 채택·CEPA 원칙적 타결·제2 국립암센터 정도다. 정상회담 발표문 특유의 ‘방향 나열’을 성과 개수로 세면 실체를 놓친다. 세는 매체마다 건수가 21건과 22건으로 갈리는 것 자체가, 이 숫자가 성과의 크기를 재는 단위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11. 종합 판단과 투자·예측 관점

종합: 이번 몽골행의 설계도는 “앞단(채굴·정제)은 자원국에, 뒷단(합금·자석)은 한국에, 연결은 항공”이다. 논리적 방향은 맞다. 다만 몽골 버전은 뒷단(항공+국내 자석)은 단단한데 앞단(물·전력 인프라→현지 정제)이 낙관적이라, “가능성이 높다”기보다 “그렇게 가야만 하는데 실현은 여전히 불확실”에 가깝다. 지금 실제로 굴러가는 건 몽골 없는 ‘호주-말레이시아-베트남-한국’ 라인이고, 몽골은 그 라인의 리스크를 분산할 장기 카드로 미리 심어두는 단계다.

수혜 후보와 성격:

구분대상밸류체인 위치타이밍확인해야 할 것
정제·금속화LS에코에너지④ 금속화(앞단 메우기)2026년 내방산용 희토류 금속 초도 양산이 실물로 나오는가. 계획 연 2,500톤은 자석 1만 톤분
영구자석성림첨단산업(비상장)⑤ 자석진행 중원료 조달선의 탈중국 비율, 증설 여부. 현 연 1,000톤
조달 다변화포스코인터내셔널, 세토피아트레이딩진행 중계약 물량 공시
소비재화장품·라면·의약품, 편의점 유통CEPA 즉시 철폐단기발효 시점, 현지 유통망 확보
인프라·의료제2 국립암센터(EDCF 유상원조), 행정수도·도시철도·스마트시티발주중기(2027년 이후)예산·계약 확정 여부
몽골 광물할잔부렉테이·무스가이 후닥 등①~③ 채굴·정제장기(10년+)자원량이 매장량으로 넘어오는가, 물·전력·물류 해법

한 가지 실전 문제가 있다. 성림첨단산업은 비상장이라 직접 투자 경로가 없다. 최대주주인 현대비앤지스틸이 직접 지분 약 16.8%에 사모펀드를 통한 약 16.3%를 더해 약 33%를 쥐고 있어, 국내 상장 시장에서는 사실상 이 회사가 우회 경로다. 확신이 있어도 살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비상장 리스크를 어떤 상장 종목으로 옮겨 담을지가 실전에서는 종목 선정만큼 중요하다.

타이밍: 소비재(CEPA)는 단기, 인프라·의료는 중기(2027년 이후 발주·실적 확인), 몽골 광물은 물·전력·정제·물류 병목으로 장기(10년+). MOU 다수가 구속력 약한 방향 합의라, 자금이 확정된 소수 사업만 실적화되므로 테마성 급등 후 발주 확정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

한 줄 요약: 자석 만드는 기술(끝단)은 세계 3위인데 정작 그 앞의 원료·정제(앞단)가 뚫려 있어서 - 게다가 영구자석의 99%를 중국에서 사오고 있어서 - 로봇·AI 시대의 모터 심장을 미리 확보하려는 장기 자원외교, 그 첫 상징적 포석이 이번 몽골 국빈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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