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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은 왜 이렇게 조용해졌는가 - 전공의는 돌아왔지만 흉부외과로는 가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이렇게 조용해졌나." 대통령이 7월 22일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자기 정부의 의료개혁을 이렇게 평가했다.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니다. 전공의는 실제로 돌아왔고,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1년 만에 네 배로 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험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 응시자는 서른 명에서 열네 명이 됐다. 사람은 돌아왔는데, 그 자리로는 가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수가와 의료사고 부담을 정확히 짚었고, 정부는 이미 연 3조 6000억원을 필수의료에 넣었다. 그런데도 숫자는 반대로 갔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조용하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측정한 숫자인가.

2026년 7월 22일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 2026년 7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 대통령 왼쪽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배너에는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이라 적혀 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왜 모멸감이 됐나

7월 22일, 대통령 주재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가 열렸다. 여기서 나온 평가가 이 글의 출발점이다. 국민들이 어느 사이에 이렇게 조용해졌나 싶을 정도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대통령은 개혁이라고 하면 울고 싸우고 시끄럽고 대립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러지 않고도 대화와 설득으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화답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한 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의료수가가 제대로 책정돼 있느냐고 물으며 수가 체계 합리화가 중요하다고 했고, 과거 신생아 의료과실 손해배상 소송을 직접 해본 경험까지 들며 교과서대로 주의 의무를 다 지키려면 이 돈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를 누가 하려 하겠느냐는 말도 그 자리에서 나왔다.

즉 대통령은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정확히 짚었다. 그래서 이 글이 다루려는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진단이 맞았는데 왜 현장은 그대로인가.

그 자리를 지켜본 의료계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의정사태 당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봉직의는 굉장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승리자가 패배자에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더 이상 너희가 저항할 힘이 없는 걸 안다, 그러니 조용하지 않으냐. 발언 당일 의사 단체 대화방은 그대로 폭발했다.

여기서 흔한 반문 하나를 먼저 걷어내야 한다. “증원을 밀어붙인 건 앞 정부인데 왜 지금 정부에 패배감을 느끼느냐”는 것이다. 의료계 입장에서 두 정부의 공통점은 하나다. 정부라는 것. 그리고 뒤에서 보겠지만, 실제로 결정된 내용이 앞 정부의 방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조용함의 정체 - 합의가 아니라 소진

침묵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동의해서 조용한 것과, 더 말할 힘이 없어서 조용한 것이다.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지만 정책 평가 지표로서의 성질은 정반대다.

출연자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건 후자였다. 지금 조용한 이유는 의사들이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할 만큼 힘이 다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공의 대표의 표현은 더 짧았다. 침묵은 수용이 아니라 폭발이다. 진행자는 이 상태를 팔팔 끓는 물에 뚜껑을 꽉 덮어놓은 것에 비유했다.

의대생 쪽의 진단은 각도가 조금 달랐다. 같은 정책인데 왜 어떤 정부에는 반대하고 어떤 정부에는 가만있느냐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실제로는 2년의 갈등을 지나며 학생과 전공의 전반이 포기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직하게 짚어야 할 반론이 있다. 전공의는 실제로 돌아왔다. 2026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는 2155명으로 전년의 네 배 수준이 됐다. 신규 의사 배출도 회복 중이다. 이건 소진의 증거가 아니라 정상화의 증거로 보인다.

그래서 이 글의 진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들은 어디로 돌아왔는가.

사람은 돌아왔다, 그런데 그 자리로는 가지 않았다

수술 중인 흉부외과 의료진 확대경을 쓰고 수술에 집중하는 외과의. 2026년 이 분야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전국에서 열네 명이었다.

같은 시험의 과목별 숫자를 펼치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2026년도 제69차 전문의 자격시험 과목별 응시자

과목응시자예년 대비
내과497명-
마취통증의학과163명-
가정의학과152명-
정형외과146명-
영상의학과116명-
응급의학과107명59.9%
정신건강의학과105명-
산부인과97명48.2%
외과93명59.7%
소아청소년과80명59.7%
신경외과63명-
심장혈관흉부외과14명21.9%

전체 응시자가 네 배로 늘어난 해에 필수과만 예년의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2024년 30명에서 14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의 신호다. 전문의 시험은 이미 수련 중이던 사람들의 결과이지만, 레지던트 모집은 앞으로 누가 그 과를 채울지를 보여준다.

2026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충원율

구분충원율
전체 (정원 2,725명 중 2,001명)73.4%
2024년 상반기 전체 (비교)83.2%
내과67.6%
산부인과61.4%
응급의학과55.3%
심장혈관흉부외과25.0%
소아청소년과20.6%

전체 충원율은 73.4%까지 회복됐지만 소아청소년과는 20.6%, 심장혈관흉부외과는 25%에 머물렀다. 같은 병원, 같은 해, 같은 지원자 풀에서 어떤 과는 두 배 경쟁률이 붙고 어떤 과는 정원의 5분의 1만 찼다.

전공의 복귀와 필수과 기피의 갈림길

이 대비가 이 글의 핵심 증거다. 의사 총량이 회복돼도 필수과는 채워지지 않는다. 사람이 부족해서 흉부외과가 빈 게 아니라, 사람이 돌아와도 흉부외과로는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몇 명을 뽑을지를 아무리 정교하게 정해도 이 칸은 계속 비어 있게 된다.

조용한 사이 실제로 결정된 것

그럼 그 조용한 기간에 무엇이 결정됐는가. 여기서 이 글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이 나온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결정과 저항의 크기

시점결정된 내용저항
2024.02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2년간의 의정사태
2025.042026학년도 모집인원 3,058명으로 원상 복구-
2025.12.02지역의사제법 국회 본회의 통과 (10년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조용
2026.02.102027~2031학년도 총 3,342명 증원 확정 (연평균 668명), 비서울권 32개 의대 한정, 증원분 전량 지역의사제 선발조용

먼저 2025년 4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됐다. 여기까지는 앞 정부가 벌려놓은 판을 되감는 작업이다.

그런데 되감기로 끝나지 않았다. 2026년 2월 10일,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2027학년도 490명을 시작으로 2028~2029학년도 각 613명, 2030~2031학년도 각 813명, 5년간 총 3342명 증원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 증원은 비서울권 32개 의대에서만 이뤄지며, 증원 인력은 전원 지역의사제로 선발돼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한다.

지역의사제 자체도 이 기간에 법이 됐다. 2025년 12월 2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복무형은 10년 의무복무에 불이행 시 면허 취소까지 담았다. 의료계는 과도한 처벌이라 했고, 헌법학자는 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아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다.

정리하면 이렇다. 2024년에는 2000명을 한 번에 밀어붙여 2년을 싸웠다. 지금은 490명씩 나눠서, 게다가 그 전량을 10년 의무복무 조건으로 묶어서, 조용히 통과시켰다. 총량으로 보면 나눠 든 쪽이 더 크고, 개인의 직업 선택에 미치는 구속력으로 보면 비교가 안 되게 강하다. 저항의 크기와 변경의 크기가 정확히 반비례했다.

3,342명을 더 뽑기로 한 그 자리에서, 이미 3,000명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이 표에 신규 의사 배출 숫자를 겹치면 훨씬 이상한 그림이 나온다.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 수

회차합격자
제87회3,181명
제88회3,045명
제89회 (2025)269명
제90회 (2026)818명 (추가 시험 1,631명 포함 시 2,449명)

2025년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는 269명으로 예년 3000명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고, 2026년에는 818명이 합격해 합격률이 75.9%로 회복됐으며 추가 국시를 포함하면 올해 신규 의사는 2449명이다.

예년 배출을 3000명 남짓으로 잡고 단순 계산하면, 2025년에 약 2700명, 2026년에 약 550명, 합쳐서 3200명 안팎의 신규 의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정부가 5년에 걸쳐 더 뽑기로 한 인원이 3342명이다.

증원으로 얻으려던 수와, 증원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잃은 수가 거의 같다. 5년 뒤 순증은 0에 수렴하고, 남는 것은 2년의 갈등과 10년 의무복무 제도, 그리고 학년당 평년의 2.5배인 7600명이 몰린 교육 적체다. 물론 사라진 인원은 유급·휴학으로 뒤에 밀린 것이지 영구 소멸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배출되는 시점에는 이미 증원 학번까지 겹쳐 한 학년에 두 배 넘는 인원이 쌓이므로, 문제는 총량이 아니라 교육이 감당할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절차 기구도 이 대목에서 다시 봐야 한다. 수급추계위원회가 근거를 만들고 보정심이 심의하는 구조는 형식상 진일보다. 그러나 영상에서 나온 지적은 그 형식이 결론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었다. 추계 논의에 참여한 의사 위원이 전문가가 아니면서 경제 분석과 인공지능 관련 분석을 수행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정해진 종착지를 두고 무자비하게 달려나가는 기차 같았다는 표현이 나왔다. 절차를 통과했다는 사실과 의견이 반영됐다는 사실은 다르다.

정부가 손을 대긴 댔다, 그런데 왜 숫자는 반대로 갔나

여기서 이 글이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에 온다. 정부가 보상 구조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고, 2026년 6월에는 지역·필수의료에 연 3조 6000억원을 투입하는 수가 개편이 발표됐다. 2001년 상대가치점수 체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수가 조정으로 평가되며, 20년 넘게 묶여 있던 응급·소아 진찰료도 올랐다. 소아중환자실, 고위험 분만, 신생아 집중치료는 추가 보상 대상이다.

그런데도 같은 시기 흉부외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14명이고,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충원율은 20.6%다.

이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둘 중 하나다. 처방의 크기가 문제의 크기에 못 미쳤거나, 처방의 종류가 문제의 종류와 어긋났거나. 그리고 어느 쪽인지 판별하려면 지표를 봐야 한다.

바로 여기서 이 글의 제목이 가리키는 문제가 드러난다. 정부가 그 자리에서 성과의 지표로 든 것은 조용해졌다였다. 조용함은 흉부외과 14명을 보여주지 않는다. 갈등의 부재를 성적표로 삼으면, 3조 6000억원이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

갈등의 조용함과 필수의료 역량을 따로 보는 두 개의 계기판

왜 안 되는가 - 네 개의 병목

보상 - 3조 6000억원으로도 이기지 못하는 상대

수가를 올린 건 맞다. 문제는 경쟁 상대의 크기다.

필수의료로 들어가는 돈과 비급여로 흘러가는 돈

구분규모
지역·필수의료 수가 개편 (2026)연 3조 6000억원
필수의료 패키지 (2028년까지 누적)10조원 이상
실손 10대 비급여 지급보험금 (2024)3조 9000억원
실손보험 적자1조 8700억원
피부과 진료 중 비급여 시술 비중62%

2024년 손해보험사 지급보험금 12조 9000억원 가운데 10대 비급여가 3조 9000억원으로 30.1%를 차지했고,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를 중심으로 실손보험 적자가 1조 8700억원까지 벌어졌다. 피부과에서는 비급여 시술이 전체 진료의 62%에 이른다.

즉 필수의료 전체에 연 3조 6000억원을 넣는 동안, 규제 바깥의 비급여 시장은 그보다 큰 규모로 인력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게다가 이쪽은 야간 당직도, 응급 호출도, 사망 사고도 없다. 보상의 절대액이 아니라 두 선택지의 상대적 매력이 인력의 방향을 정한다면, 3조 6000억원은 방향을 바꾸기에 충분한 힘이 아니었다는 뜻이 된다.

이 흡인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한국 노동시장의 계급 분화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실손보험으로 의료를 자유롭게 소비하려면 시간(유급휴가), 정보(고학력), 자본(보험료), 그리고 정규직 지위가 동시에 필요하다. 즉 비급여 시장의 수요를 떠받치는 쪽은 가장 아픈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덜 약한 사람들이다. 약자 보호를 위해 만든 건강보험과 실손 체계의 최대 수혜자가 가장 덜 약한 계층이라는 역설이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그래서 이건 의사가 돈을 좇는다는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지불 능력이 있는 수요가 한쪽에 몰려 있고 제도가 그 쪽을 막지 않는 한, 공급은 수요를 따라간다.

보상만의 문제도 아니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충원율이 55.3%인데, 그 응급실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역할까지 겸한다. 전국 19개 대형병원 응급실이 지정돼 있고, 술에 취한 사람은 의사소통이 안 돼 다른 질환을 배제할 수 없으니 검사를 다 돌려야 하며, 비용은 못 내겠다는 사람이 많아 수납을 포기한다. 음주 자체는 질병이 아닌데도 응급의료 자원이 거기에 묶인다. 필수과 기피는 수가표에만 적혀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실제로 하게 되는 노동의 성격 문제이기도 하다.

책임 - 위험은 개인이, 결과는 사회가

대통령이 직접 짚은 대목이 여기다. 그런데 이 문제는 수가처럼 예산으로 풀리지 않는다.

의료사고 형사 유죄 판결 국제 비교 (의사 1만명당 연평균)

국가유죄 판결한국과의 격차
한국1.55건-
일본0.2건약 7.7배
영국0.03건50배 이상

의료계가 인용하는 이 통계에서 한국은 일본의 7.7배, 영국의 50배 이상이다. 다만 서로 다른 기준의 통계를 비교해 부풀려졌다는 반박도 있어 배율 자체를 확정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배율을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의료행위의 나쁜 결과를 형사 절차로 다루는 빈도가 비교국보다 뚜렷이 높다.

이게 왜 결정적인가. 고위험 분야일수록 나쁜 결과의 확률이 구조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신생아, 고위험 분만, 중증외상, 소아 개심술은 최선을 다해도 일정 비율로 사망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그 확률에 형사 책임을 개인에게 물리면, 실력과 무관하게 오래 할수록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흉부외과 응시자가 14명인 것은 이 계산의 결과다.

보상이 낮은 것과 위험이 개인에게 몰리는 것은 더해지지 않고 곱해진다. 그래서 두 조건이 겹치는 자리부터 순서대로 비어간다.

교육 역량 - 정원은 하루면 늘지만 교수는 10년 걸린다

비어 있는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 해부대는 늘릴 수 있지만 그 앞에 설 교수는 늘릴 수 없다. 40개 의대 기초의학 교수 중 14%가 5년 안에 퇴직한다.

영상에서 나온 지적은 예과 2학년을 가르칠 교수 충원이 안 됐고, 사실상 모든 의과대학에서 교수 충원에 실패했으며, 그 미충원이 학년을 따라 올라가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었다. 공개 자료는 이 진술의 방향을 뒷받침한다.

의대 기초의학 교육 여건

지표수치
40개 의대 기초의학 교수1,638명
5년 내 퇴직 예정229명 (14%)
20년 내 퇴직 예정50% 이상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13.7명
임상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1.7명
기초의학 교수 중 의사(MD) 비율53% (2013~15) → 42% (2023)
증원 감당에 추가로 필요한 기초의학 교수190명

40개 의대 기초의학 교수 1638명 중 229명이 5년 안에, 절반 이상이 20년 안에 퇴직한다.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3.7명으로 임상의학 교수의 1.7명과 여덟 배 차이가 난다. 전의교협은 증원 학번을 감당하려면 기초의학 교수 190명이 더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5년간 3342명 증원이 얹힌다. 게다가 그 증원분은 전부 비서울권 32개 의대 몫이고, 교수 확보가 가장 어려운 곳이 바로 지방 의대다. 정원은 문서 한 장으로 늘지만 해부학과 실습을 감당할 교수는 그렇게 만들 수 없다.

예과 과목은 대형 강의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본과 실습은 교수 한 명당 학생 수에 물리적 상한이 있어서 버틸 방법이 없다. 게다가 2024·2025학번의 적체로 평년의 2.5배인 7600명이 한 학년에 몰려 있다. 이 문제는 아직 지표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드러나는 시점이 이미 예약돼 있다.

거버넌스 - 진단은 있는데 성적표가 다른 언어를 쓴다

앞의 셋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이것이다. 대통령은 수가를 짚었고 의료사고 부담을 짚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개혁의 성과로 제시한 것은 조용함이었다. 진단과 성적표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

한 출연자의 표현이 이 대목을 정확히 짚는다. 대통령이 못 듣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귀를 막은 채 소리가 안 들리니 조용하다고 말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소아심장 인력 고갈도, 신생아 중환자실 이탈도 이미 공중파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이야기였다. SBS는 365일 온콜과 64시간 연속 근무로 지역 신생아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사를 취재해 방송했다. 그런데 국정 인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같은 종류의 공백은 다른 영역에서도 반복된다. 낙태를 결정하고 처벌하는 법의 입법 공백이 6년째 방치돼 있는데도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래서 진행자가 내린 결론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었다. 보건의료 정보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도달하는 보고 시스템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일 게 하나 있다. 이 비판을 주도한 정치학자는 앞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도 수백 차례 비판했던 인물이고, 본인은 의사가 아니며 일본에 거주해 한국 건강보험을 쓰지도 않는다고 스스로 밝혔다. 같은 사람이 두 정부를 같은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면, 문제는 정권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는 뜻이다.

지역의사제는 배치를 만들지만 유지를 만들지 못한다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신생아 중환자실. 비수도권에서는 신규 전문의 유입이 끊겨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제 정부의 대표 처방으로 돌아가자. 2027학년도부터 늘어나는 정원 전량이 10년 의무복무 지역의사다. 이 처방이 겨냥하는 문제는 실재한다.

2026년 4월 말 기준 비수도권 산부인과 전문의의 78.5%,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61.9%가 50세 이상이다. 경북은 92.9%, 전남 88.1%, 전북 86.8%, 경남 85.8%, 충북 83.5%다. 경북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열 명 중 아홉 명이 50대 이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인프라 자체가 줄고 있다.

수요는 무거워지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

지표과거현재
선천성 심장 수술 건수2,508건 (2013)1,588건 (2023)
그중 고난도 수술 비중42.9%54.1%
소아심장외과 현역 전문의-27명 (50세 이하 12명)
소아심장 수술 가능 병원-수도권 7곳 / 충북·전북·제주 0곳
분만 산부인과706곳 (2013)463곳 (2023)
분만 취약지 시·군·구-250곳 중 72곳 (28.8%)
35세 이상 산모 비중21.6% (2014)35.9% (2024)
조산아(37주 미만) 비율6.7% (2014)10.2% (2024)

소아심장은 특히 극단적이다. 영상에서는 전국에 열 명 남짓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2026년 1월 국회 토론회 자료로는 현역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27명이고 그중 50세 이하가 12명이다. 발언자가 말한 열 명은 고난도 영역에서 실제로 집도 가능한 인력을 가리켰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 단위 진료 체계를 지탱하기에는 턱없는 숫자다. 같은 자료에서 선천성 심장 수술은 10년 사이 40% 줄었는데 고난도 수술 비중은 올랐다. 환자는 줄고 난이도는 높아진 것이다.

분만은 더 직접적이다. 분만 산부인과가 706곳에서 463곳으로 34.4% 줄어 250개 시·군·구 중 72곳이 분만 취약지가 됐다. 그 사이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21.6%에서 35.9%로, 조산아 비율은 6.7%에서 10.2%로 올랐다. 고위험 분만은 늘고 받아줄 곳은 줄었다.

문제는 이 진단에 지역의사제가 답이 되느냐다.

지역에서 사람이 빠지는 이유는 배치가 안 돼서가 아니다. 배치된 뒤에 남을 이유가 없어서다. 지역의사제는 사람을 그 자리에 보내는 제도이지 그 자리에 남게 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놓고 의대생 단체가 정부 협의 자리에서 제기한 우려는 훨씬 앞쪽을 향한다. 이탈이 10년 뒤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탈이 일어나는 세 시점

시점무슨 일이 일어나나
입학 전수도권 진학이 가능한 지역 우수 학생이 지역 의대를 피해 상향 지원10년 의무복무가 직업적·공간적 구속으로 인식됨
입학 직후지역의사 전형 입학생이 반수·재수로 일반 전형으로 이동1~2년 학비가 10년 구속보다 싸다는 계산
복무 만료10년이 끝나는 날 그대로 이탈그 사이 남을 이유가 만들어지지 않음

가장 역설적인 것이 첫 줄이다. 지역 인재를 지역에 남기려고 만든 제도가, 조건이 붙는 순간 지역 인재를 먼저 밀어낸다. 수도권 의대에 갈 성적이 되는 지역 학생에게 10년 의무복무는 선택할 이유가 아니라 피할 이유다. 그러면 지역 의대에는 그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학생만 남고, 제도는 애초에 잡으려던 사람을 놓친다.

두 번째 줄은 금전적 제재가 왜 안 먹히는지를 보여준다. 장학금 환수로 이탈을 막겠다는 발상은 이미 대만 국비생 제도에서 반례가 나왔다. 학생들이 사비로 비용을 반납하고 계약을 깨는 일이 빈번했다. 입시생들 사이에서는 10년을 피할 수 있다면 의대 학비 1~2년치는 감당할 만하다는 계산이 지배적이다. 10년의 기회비용이 학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위약금을 아무리 올려도 계산은 뒤집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 셋을 관통하는 것이 낙인이다. 2027학년도부터 의대생은 입학 전형에 따라 일반 학생과 지역 의사로 나뉜다. 일본의 유사한 지역정원제 연구에서는 그 학생들이 학업적으로 열등하다는 시선에 노출돼 자존감 저하와 만성적 열등감을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지역인재 전형을 둘러싼 갈등이 이미 있으니, 더 뚜렷한 구분선이 그어지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낙인이 학생 개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 의사”라는 라벨은 곧 지역 의료 전체에 대한 국민 인식으로 옮겨간다. 지역 의료를 살리려는 제도가 지역 의료의 평판을 깎는 것이다.

결국 국민이 이 제도를 지역 의료 정책이 아니라 수도권 입시 과밀을 푸는 지방 의대 입시 정책으로 인식하는 한, 낙인도 이탈도 사라지지 않는다. 필요한 재설계의 방향은 분명하다. 장학금과 의무복무를 앞세울 게 아니라 공공보건의료 전문가를 키우는 별도의 커리어 경로로 보이게 만드는 것, 그리고 복무를 마친 사람이 지역 의료를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느끼는 대신 지역과 국가의 의료정책을 바꿀 권한과 역량을 갖게 되는 구조로 복무 기간 자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대학 평가도 충원율만 볼 게 아니라 전형 설계와 중도 이탈률까지 함께 봐야 한다. 정원을 다 채웠다는 숫자는, 이 글이 내내 다룬 그 “조용함”과 정확히 같은 종류의 지표다.

더 큰 문제는 배치가 과목을 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의사제는 어느 지역에서 일할지를 묶지만 어느 과를 할지는 묶지 않는다. 지역에 묶인 의사가 지역에서 피부·통증 진료를 선택하면 제도는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사람이 돌아와도 흉부외과로 가지 않는 유인 구조는 서울에서든 경북에서든 동일하게 작동한다.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충원율 20.6%는 지역 문제가 아니라 과목 문제다.

그렇다면 무엇을 개혁해야 하나

정책은 결국 누구에게 걷어서 누구에게 주고, 그 결과 어떤 생산성과 안정성을 얻느냐로 평가된다. 이 기준으로 다시 쓰면 이렇다.

걷을 곳 - 규제 바깥에서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비급여 시장과, 그것을 떠받치는 실손보험 구조. 지금 필수의료에서 인력을 빨아들이는 힘의 원천이 여기다. 필수의료에 3조 6000억원을 넣는 것과 비급여로 3조 9000억원이 흘러가는 것을 따로 다루면, 앞의 예산은 뒤의 흡인력에 상쇄된다. 그리고 이건 재정 문제이기 전에 형평 문제다. 시간과 정보와 보험료를 갖춘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시장을 그대로 둔 채, 그 시장이 빨아들인 인력의 빈자리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줄 곳 - 소아심장, 신생아, 중증외상, 응급처럼 시장이 절대로 제값을 매겨줄 수 없는 영역. 환자 수가 적어 건당 정산으로는 유지가 불가능하므로, 수술 건수가 아니라 대기 상태 자체에 값을 매기는 방식이 필요하다. 선천성 심장 수술이 2508건에서 1588건으로 준 것은 출생아가 줄어서인데, 수요가 줄어도 팀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이 영역의 본질이다. 건당 정산 방식은 저출산이 심해질수록 필수의료 팀을 더 빨리 해체시킨다.

얻는 생산성 - 아이의 심장을 수술할 수 있는 나라를 유지하는 것. 대체재가 없고, 한 번 끊기면 복구에 20년이 걸린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서 태어난 아이를 살릴 수 없다면 인구 정책은 의미를 잃는다.

얻는 안정성 - 고위험 진료의 형사 책임을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 국가 배상과 책임보험 체계가 그 도구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사회가 나눠 지는 것이 보험의 원래 정의인데, 그 정의가 지금 필수의료에만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스스로 짚은 문제이므로 이건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집행의 문제다.

공정성과 자유경쟁 - 지역 근무와 필수과 선택이 손해가 아니게 만드는 일이 먼저다. 손해인 자리에 사람을 10년간 묶어두는 방식은 손해의 크기를 줄이지 못하고, 그 자리를 선택한 사람의 만족도만 낮춘다. 자유롭게 선택했을 때 그 자리가 선택되도록 만드는 것과, 선택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도달점이 다르다.

조용함을 성과로 읽는 순간 잃는 것

이 글이 다룬 사실을 한 줄로 겹치면 이렇게 된다.

정부는 진단을 정확히 했고(수가와 의료사고), 돈도 실제로 넣었으며(연 3조 6000억원), 법도 만들었다(지역의사제). 그리고 전공의도 돌아왔다(응시자 네 배). 그 결과 조용해졌다. 같은 해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열네 명이었고,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정원의 20.6%만 찼다.

그러므로 문제는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정부가 한 일과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지표가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함은 갈등의 소멸을 측정한다. 필수의료의 회복은 측정하지 않는다. 두 숫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해에 앞의 숫자만 보고 있으면, 뒤의 숫자가 0이 되는 날까지 아무 신호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침묵의 성격까지 겹치면 위험은 두 배가 된다. 침묵이 합의여서 조용한 것이라면 조용함은 그나마 정책의 품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소진이어서 조용한 것이라면 그것이 알려주는 건 상대의 체력뿐이고,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소진된 쪽은 다시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냥 사라진다. 흉부외과 30명이 14명이 된 것은 항의가 아니라 조용한 퇴장이었다.

응급실 앞 구급대와 진료 지연 안내문 병원 응급실 앞. 구급대원들 옆에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가 붙어 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 외의 일반 진료는 제한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퇴장의 대가는 정확히 계산된다. 어느 사이에 이렇게 조용해졌나, 라고 말한 그 해에 청주에서 임신 29주 산모가 병원 여섯 곳에 거부당한 끝에 280km 떨어진 부산까지 실려 갔고 아이는 살아나오지 못했다. 같은 해 2월 대구에서는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네 시간을 헤매다 분당까지 옮겨졌고, 한 명은 숨지고 한 명은 뇌 손상을 입었다.

조용함은 그것을 측정하지 않는다. 침묵은 합의의 증거가 아니라 상대가 소진됐다는 신호이거나, 측정 장비가 고장 났다는 신호다. 둘 중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조용하다고 말하는 것은 개혁의 성과 보고가 아니라 진단 능력의 상실에 대한 자백에 가깝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지금, 그 신호를 보내줄 사람이 흉부외과에 열네 명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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